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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서 고라니 사체 치우고 문자로 보고하라는 민원인, 진상인걸까?

예수님부처 2022. 4. 15. 01:51

최근 충주시 홍보맨 유튜브 채널에 아래 영상이 왔다. 그리고 웃긴대학에서 콜로세움이 열려서, 검투사마냥 싸우는 사람들을 직관했다. 재미있게 직관을 하다보니 딱히 틀리지 않은 말을 한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반대 테러, 조롱을 당하고, 신고를 당해서 실시간으로 댓글이 지워지는걸 보니 좀 웃긴 대학이라는 커뮤니티 자체가 다시 보였다. 통일된 하나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표출하면 돌을 던지고 말할 권리를 박탈하는게 마치 작은 중국, 북한 같았다. 재미있는 글이 올라오는 것 같아서 최근 가끔 들어가봤는데 너무 공격적이고 폐쇄적인 성향이 있는 것 같아서 앞으로 들어가기가 좀 꺼려질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오늘의 포스트의 주제. 새벽에 고라니를 치워달라는 민원인. 그리고 일 처리를 문자로 보고하라는 민원인. 정말 갑질인걸까? 충주시홍보맨에 올라온 유튜브 주소는 다음과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ngExgYD37yI 

잘못한 공무원 + 잘못한 것 없는 민원인... 이 영상을 왜 올린걸까? 아까운건 내 세금이다.

해당 유튜브 영상을 요약하자면 새벽 3시에 도로에서 고라니가 있는 것을 발견한 민원인이 이를 신고하는 내용이다. 대화 내용 중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서 발췌하면 다음과 같다.

공무원: 네 충주시청 당직실입니다.
민원인: 거기 시청이죠?
공무원: 네 말씀하세요
민원인: 여기 동물이 쓰러져 있는데요?   (1차 신고 내용 보고)
공무원: 어떤 동물?
민원인: 고라니 같은데요?
공무원: 많이 아픈가요?    (맙소사...)
민원인: 고라니가 쓰러져있는데요    (2차 신고 내용 보고)
민원인: 나와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일 처리 하겠다는 말이 없으니 담당자 나와서 치워야 될 것 같다고 요청)
공무원: 제가요?    (1차 업무 회피 + 담당자 나와서 치워야 할 것 같다는 소리인데 못알아들음)
공무원: 지금 시간이 새벽 3신데    (2차 업무 회피 + 일처리 하겠다는 답변 없음)
민원인: 네. 그래도 나오셔야죠.    (새벽 3시라도 도로에 고라니는 치워야 하는 것 아니냐고 재차 업무 요청)
공무원: 선생님 저희가 세 명이 당직을 서고 있거든요    (여전히 자기보고 나오라는줄 알고 업무 회피)
공무원: 그 중에 두 명은 전화를 받고 있어요
민원인: 한 명은 뭐하나요?
공무원: 주.. 주무시는데요?    (맙소사..)
공무원: 고라니가 살아있나요? 죽었나요?    (확인하기 어려운 질문)
민원인: 죽은 것 같긴 한데 살아있을 수도 있죠? 잘 모르겠어요    (생사의 불확실성을 전달함)
공무원: 죽으셨고    (불확실하다는 내용을 자기 마음대로 판단함)
공무원: 고라니가 어디에 쓰러져있죠?
민원인: 도로 위에요
...
민원인: 고속도로는 아니예요.
공무원: 선생님 그러면 주소 주소를 좀 불러주세요.
민원인: 아 주소는 제가 모르죠    (새벽에 운전중일 수도 있는 상황. 주소를 모르는게 당연함)
공무원: 주소를 모르신다구요? 아니 선생님 어딘지 알아야 제가 도와드리죠.    (민원인은 도움을 요청한 것이 아님)
민원인: 여기가 그 길인데, 문경에서 충주가는 길이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조적인 자세를 보임)
공무원: 표지판 같은거 없으세요?    (합리적인 질문)
민원인: 어두워서 안보이는데요?    (합리적인 대답)
공무원: 기억 남는거라도 없으세요?    (비합리적인 질문. 운전중인지, 내비가 켜져있는지 여부를 물었어야함)
민원인: 아 아까 다리를 건넜거든요?    (협조적인 대답)
공무원: 다리 이름이 뭐죠?    (알리가 없는 것을 물어봄)
민원인: 제가 다리 이름까진 모르죠    (당연한 대답)
공무원: 다리가 뭐 어떻게 생겼죠?    (대답할 수가 없는 대답)
민원인: 다리가 그냥 다리지    (당연한 대답)
...
민원인: 고라니 치우고 저한테 보고하세요    (행정법상 반드시 통지해야함 + 일처리 제대로 안하겠구나 걱정함)
공무원: 네?
민원인: 고라니 치우고 사진 찍어서 저한테 보고하시라고요.    (재차 요청)
공무원: 아니 선생님 제가 선생님 부하도 아니고    (행정법 상 반드시 민원인에게 통지해야하는데 거부함)
민원인: 보고하세요    (드디어 민원인이 빡친게 말투로 나오기 시작함)
공무원: 여기가 지방도랑 국도랑 경계라서 저희가 확인을 해보고
민원인: 지금 떠넘기기 하시는거예요?    (여러 차례 업무 회피를 겪은 민원인이 불신을 드러냄)
공무원: 아니 떠넘기기가 아니라요 선생님
민원인: 됐고요 치운 다음에 꼭 문자로 보고하세요    (행정법 상 민원인이 요청시 문자로 통지 가능)
공무원: 이런 씨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름)
...
중략

 

해당 유튜브 댓글은 민원인에 대한 욕으로 가득이며, 웃긴대학 댓글도 마찬가지다.
(공무원이 일처리를 잘못한 것이 아니냐는 댓글은 실시간으로 신고당해서 사라지고 있다)
하지만 정말로 민원인이 잘못한거고, 공무원은 피해자일까? 여기에 대해서 생각해보기 위해서는 상황을 조금 더 원론적이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상황을 재구성해보자.

민원인은 새벽 세 시에 문경에서 충주로 운전을 하고 있다. 그리고 운전 중에 고라니 사체가 도로위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이제 민원인은 위험에서 벗어난 상태이다. 신고를 해서 고라니가 도로에서 치워진다고 해도 민원인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없다. 민원인은 본인에게 돌아오는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안전을 위하여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신고를 하고자 마음을 먹는다. 어디가 관할일지 고민하던 민원인은 충주시가 가까우니 충주시 시청으로 전화를 건다. 이후 당직 근무 중인 공무원에게 고라니 사체가 있다고 신고하고 (고라니 사체를 치우는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 나와서 고라니 사체를 치워야 할 것 같다고 요청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자기가 왜 나가야 되느냐. 지금 시간이 새벽 세 시다'라는 식으로 답변을 하였으므로 이를 들은 민원인은 공무원인 업무를 회피한다고 느끼고 그래도 나와서 치워야 하지 않겠냐고 묻는다. 이후 질문에도 협조적으로 대답하던 민원인은 공무원의 대답으로부터 업무 처리가 잘 이루어지지 않겠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조속한 일 처리를 위해 민원 처리 결과 보고를 요청한다. 그러나 공무원은 보고 요청을 거부한다. 민원인은 재차 문자로 결과 처리 보고를 요청한다.

여기에서 확실한 것은 1. 민원인은 타인이 사고를 당할까봐 자신에게 이득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고로움을 감수하고 신고했고, 2. 공무원이 여러 번 업무 회피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고라니를 치워달라고 요청을 하는 동시에, 3. 이상한 질문을 하는 공무원에게 협조적인 자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자신과 상관 없는 남의 안전을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이런 자세야말로 시민정신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튜브 댓글과 웃긴대학에서는 민원인이 욕을 바가지로 먹고있다. 그 이유는 민원인이 주제에 맞지 않게 보고를, 심지어 문자 보고를 요구했다는 것. 하지만 지금까지 여러 민원을 넣고 결과 통지를 요청하지 않았음에도 꼬박꼬박 받아왔던 나는 궁금증이 들었다. 과연 민원인이 민원 처리 결과 통지를 요구하는 것은 주제를 넘는 일일까? 이에 대해서 찾아보다보니 해당 내용이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에 명시되어 있었다.

법률 제17515호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 27조 (처리결과의 통지)
① 행정기관의 장은 접수된 민원에 대한 처리를 완료한 때에는 그 결과를 민원인에게 문서로 통지하여야 한다. 다만, 기타민원의 경우와 통지에 신속을 요하거나 민원인이 요청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는 구술, 전화, 문자메시지, 팩시밀리 또는 전자우편 등으로 통지할 수 있다. <개정 2022. 1. 11.>
https://www.law.go.kr/법령/민원처리에관한법률

이 때 대통령령이라고 써있는건 시행령에서 자세히 볼 수 있다. 근데 법률에 써있듯이 '민원인이 요청하는 경우'가 대통령령으로 정해진 경우 중 하나이다.
https://www.law.go.kr/법령/민원처리에관한법률시행령

즉, 민원인이 요청을 했건 안했건 민원 처리에 관한 결과는 반드시 통지되어야 하며, 민원인이 문자로 보고해달라고 한 것도 법률적으로 보장되는 정당한 권리였다. 한 마디로 욕하는 사람들은 모르고 욕을 했던 것... 근데 현직 공무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누가 이걸 알려줘도 귀를 막고 있었다. 알려준 사람은 현재 다섯 개의 반대를 받았던데 눈팅을 하다 보니 언제 반대 및 신고 테러를 당해 해당 댓글이 사라질 지 모르는 바, 여기에 캡쳐본을 남긴다. 빠망이라는 유저는 공무원은 통보를 하는거지 보고를 하는게 아니라고 보고를 요청하는 민원인을 진상이라고 하였는데 과연 통보, 통지, 보고의 차이는 무엇일까?

과연 공무원에게 통보가 아닌 보고를 요청하는 것이 불합리한 것일까?

궁금해서 네이버 사전을 찾아봤다. 보고와 통지, 통보의 차이점에 대하여 알아보자
보고: 일에 관한 내용이나 결과를 말이나 글로 알림.
통지: 기별을 보내어 알게 함.
통보: 통지하여 보고함. 또는 그 보고.
즉, 통보는 보고를 하는 것이었다. 그만 알아보자.. 우연이라도 이 글을 읽게 된다면 잠시 자아성찰의 시간을 가지시길..

 

오늘의 결론:
과연 문자로 민원 결과를 보고를 요구하는 민원인은 진상일까?
🥁🥁🥁🥁
민원인은 진상이.. 아니었습니다!